잡담박스2012. 11. 28. 15:00
옛날에 번역해서 끄적여놨던 부분이 떠올라서 다시 올림.
올렸던 건 기억나는데 무슨 포스팅으로 해놨는지 몰라서 한참 검색해서야 찾아냈다 ㅋㅋㅋ

비엘/순정만화에서의 레이프 물이란...에 대한 짤막 수다. 이 대담집은 이것 이외에도 재미있는 부분 많지만 ^^
 

그 사람과 여기서만의 수다 ~요시나가 후미 대담집~ 

"제 1장 야마다 나이토x 후쿠다 리카x요시나가 후미: 우리들이 좋아하는 순정만화" 중에서 

오토메의 이상과 본질 (p.23~24) 


야마다: (전략) 하지만 순정만화는 조금 터부시되는 것도 '있을 법하게' 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연구해보잖아. 

요시나가: 그렇네요. 남x남도 터부시 되는 것 중에 하나고... 

야마다: 남x남이 터부라기 보다는 자기에게도 성욕이 있고,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고, 레이프 당해보고 싶어, 라는 욕구가 터부시 되니까 남자애로 모습을 바꿔서 그리는게 아닐까. 

후쿠다: 레이프 욕구는 좀 다르다고 생각해. 정말 당하면 엄청 트라우마가 되어서 기분 좋다던가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것보다는 레이프 하고 싶어질 만큼... 

후쿠다&요시나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후쿠다: (웃음) 그런 뜻인 거야. 남자애들이 보는 에로 만화 같은 걸보면 대체적으로 촉수 같은 게 나오잖아. 

야마다: (웃음) 

후쿠다: 남자애들의 만화는, 귀여운 여자애가 나오면 자기가 그려지지 않아도 감정이입할 수 있는 거야. 없어도 되는 거야. 촉수면 되는 거지. 

야마다: (웃음) 

후쿠다: 하지만 여자애들의 경우는 굉장히 세세한 게 다 정해져있잖아. 상대는 키가 187cm 정도에, 안경을 썼냐, 안썼냐, 머리카락은 검은 색이냐 아니냐, 거기에 학력같은 프로필이 정해져있어, 만화 속에서도. 순정만화도 그렇지만, 비엘에서도 일단 처음에는 프로필이 전부 소개되지. 

요시나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가...같은게. 

후쿠다: 그 사람 한정으로 레이프 당할 만큼 사랑받고 싶어, 라는 거야. 레이프는 최상급 오토메 표현일 뿐이야. 

요시나가: 일반적인 레이프 욕구와는 다른 거야. 레이프, 라는 시츄에이션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원하고 있는가의 문제인거야. 

후쿠다: 그러니까 그걸 읽고 있는 여자애들이 전부 레이프 당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헛짚어도 한참 헛짚는거고, 그런 건 아무도 원치 않아. 근데 대체적으로 그런 걸 읽고 남자들은 착각한다니까.(하략)


다시 책 꺼내들었다가 재미있는 부분이 눈에 밟혀서 조금 더 번역 발췌.

그 사람과 여기서만의 수다 ~요시나가 후미 대담집~
"제 2장 미우라 시온x요시나가 후미: 페미니즘은 역시 관계없지 않아" 

<수>와 <공> 어느쪽에 감정이입 하는가 (p.78~81)

요시나가: BL의 즐거움의 한 가지라면 순정만화에선 맛볼 수 없는, 남자를 상대로 자기가 공이 될 수 있다는 즐거움이죠.
미우라: 그렇다면 좋아하는 타입은 <수> 이신가요?
요시나가: 네네, 전 <공> 쪽에 감정 이입하는 편이에요. 애초에 본격적으로 동인지 시작한 계기는 "덮치고 싶다, 코구레 (슬램덩크 권준호). 왜 이렇게 귀여운거야!!!" 였어서.
미우라: 그건 이미 마성의 게이같은 발상인데요 (웃음)
요시나가: 그래서, 제가 덮칠 수는 없으니까, 누구냐...라고 생각해서 처음에 고릴라 밖에 없을 때라서 "고릴라, 그래, 고릴라라도 괜찮아" (웃음) 근데 마침 그 때 "점프에 코구레의 옛남자가 나왔어!!!" 라고 친구가 말해줘서, "어머머! 큰 일이야. 어머, 이렇게 얼굴도 좋은 애가!! 확실히 이건 코구레의 옛남자네. 그럼 너로 하겠어" 라고 상대방을 미츠이(정대만)로 정해버렸던 거죠. 
미우라: 자신의 분신으로 어울리는 건 너라고 지명하신 거군요(웃음) 그러셨구나.
요시나가:뭐, 오리지널 BL작품을 읽을 때는 좀 더 엿보는 감각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미우라: 저는 어느 쪽에도 별로 감정이입 안하는 편이네요.
요시나가: 편집부 사람들은 곧잘 여자애들은 <수>에 감정이입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미우라: 글쎄요...? 할 수 있으세요? (웃음)
요시나가: 제 해석이 틀렸다고 반성했던 적도 잠깐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어요.
미우라: 여성은 "여자 역"인 <수>에 당연히 자기투영할 거다, 라는 믿음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요시나가: 역시 엿보는 감각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공>이 멋져야한다는 건 중요한 점이지만, 그래도 그것과 상관없이 자기의 남자친구로 삼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미우라: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죠.
요시나가: 그럴 거였으면 보통 순정만화를 읽겠죠.
미우라: 일단 자기를 투영시킬 수 없을 만큼 자기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수>가 너무 많아요.
요시나가: 귀엽죠, <수>가. 분명 저런 걸 여자애로 그려놓으면 화가 나지만 남자애라면 괜찮아지는 매직이 있죠.
미우라: 거기서 역시 객관성이라는 필터링이 한 번 걸쳐지는 거라 <수> <공> 어느 쪽인가에 감정이입하는 것과는 좀 다르죠. 여자애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이런 캐릭터로 하면 짜증이 난다, 라는 순정만화가 갖고 있던 딜레마를 클리어하기 위해 BL이 태어난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요시나가: 아, 그렇구나! 미우라 씨 대단해요! 작금의 순정만화를 그리기가 어려운 건, 여자애를 매력적으로 그리면서 독자가 질투하지 않을 주인공을 그려내야해서 그렇구나. "노다메" 도 그렇지만, 그걸 위해 쓰레기 장에 사는 여자로 하거나, 여러가지 테크닉이 구사되는 걸지도.
미우라: 그게 되려 "노다메" 를 읽고 화내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어째서 저런 쓰레기 장 여자가 치아키 선배를...! 하고. "에-거기서 화내는 거야?" 하고 깜짝 놀라버렸어요.
요시나가: 거기엔 재능이라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성역이...(웃음)
미우라: 그 부분은 무시하고 하여튼 노다메에게 치아키 선배라니 용서할 수 없어!라고. 정말 놀랐어요.
요시나가: 그런 사람은 "너는 펫" 같은 걸 읽으면 되지 않을까요. 주인공이 재색겸비잖아요.
미우라: 이번에는 분명 이런 여자가 있을 리 없어, 라고 하겠죠. 대체 무슨 일이니, 너네들 (웃음) 손 들었어요. 동성이 주인공이면 기준이 엄격하더군요.
요시나가: 순정만화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은 사람을 위해 BL이 존재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BL이면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니까요. 나머지는 <공>의 취향 문제겠네요.
미우라: 공은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보다 더 설정이 다채로우니까요. 연령도 직업도.
요시나가: 순정만화일 경우 수가 적은 "너는 펫" 의 동생같은 <공> 캐릭터도 BL이면 많다. 그런 자유로움은 있어요. 어째서 BL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나오게 되는데, 특히 게이인 사람 중에 화내는 사람이 있어요. 리얼하지 못한데다, 동성애에 대해 차별적인 가치관 속에서 그려지는 작품들도 많으니까요. 거기에 대해서 정석적인 대답으로 "이건 오토메를 위한 섹스 판타지니까" 라는 게 있는데, 이건 결국 대답을 회피하고 있을 뿐, 정답은 아니지요. 그리는 사람으로서는 언젠가 제대로된 대답을 해야할 날이 오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미우라: 독자도 그리는 사람도, 확실히 무자각한 사람은 있다고 생각해요. 자각한 후에 남녀로도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는... 어느 쪽도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요.
요시나가: 패턴적으로도 굉장히 여러가지 있어서,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가 없다는 문제도 있죠.
미우라: 그 모든 패턴을 포함해서 검토하려면, 항의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이 읽어보지 않으면 논의가 성립되기 힘들죠. 한 마디로 단순한 섹스 판타지가 아닌 것도 있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 부분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라는 의견을 이쪽에서도 바라고 있거든요. 읽는 쪽도, 만드는 쪽도요. 그 항의가 자신이 어째서 이런 작품을 읽고 싶은가, 만들어내고 싶은가 라는 의문을 풀어주는 힌트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그 부분은 서로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얘기해봅시다, 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하지만 보고 화가 나면 읽지 않겠지요.
 



여자의 모에 포인트는 왜 수천가지인가에 대한 두 사람의 수다.

그 사람과 여기서만의 수다 ~요시나가 후미 대담집~ 
"제 4장 미우라 시온x요시나가 후미: 야오이는 남자끼리가 아니라도 괜찮아" 

여자애의 억압 포인트/모에 포인트 (p.142-145)

요시나가: 역시 아직 비엘에 대해서 편견 같은 건 존재하지요. 예를 들면 비난당할 때 결국 그냥 에로책이 아니냐는 식으로. 저도 그 측면을 부정하지는 않지만요.
미우라: 에로책이 뭐가 나쁜데? 싶기도 하고요.
요시나가: 여자애들이 에로책을 읽는다는 건 역시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는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요. 순정만화가 야해졌다는 말도 많이 듣지만, 남자들은 소년시절 야한 걸 읽어왔잖아요. 전혀 그런 것에 관심없는 편이 부모가 걱정하겠지요.
미우라: 그리고 에로책을 읽는 건 좋지만 그걸 티내지는 말아라, 라는 풍조도 있지요.
요시나가: 남자와 여자가 뭐가 다르냐면, 억압당하는 포인트의 가짓수지요. 남자애들은 에로책을 읽어서 그걸 부모에게 들키거나, 야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 남에게 상담하거나 해도 "그건 평범한 거니까 신경쓰지마" 라는 소리를 듣게 되지요. 그게 여자애의 경우는...부모의 대응은 갈리겠지요. 이해해주는 부모도 있겠지만, 혼나는 경우도 있겠죠. 제 친구들은 야오이 책을 부모에게 들켰을 때 "잠깐 거기 앉아봐" 를 당했으니까요. 남자애들의 경우, 에로책을 발견해도 모른 척 지나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여자애들의 에로책은 발견당하는 즉시 제재당하는 경우가 많은 듯해요. 여자애들의 경우, 너무 빨리 그런 쪽의 정보에 깨쳐도 혼나잖아요.
미우라: 너는 발랑 까졌다고 혼나죠.
요시나가: 여자의 인생이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렇게 자라서 20살이 넘도록 남자 친구가 없으면, 이번에는 어째서 없냐는 식의 말을 듣는다는 거에요. 남자의 경우는 말이죠 "너는 빨리 번듯한 성인이 되어서 돈을 벌고 가정을 꾸려라" 라는, 그 한 가지 외의 억압이 없어요. 딱 길이 한 가지죠. 아무리 야한 걸 밝혀도 "넌 남자다. 어쩔 수 없지" 라는 식이죠. 임신시켜버렸으면 책임을 져라, 라고 말해질 뿐. 한 가지의 길과 한 가지의 억압에 모순이 없어요. 하지만 여자의 경우, 부모로부터 오는 억압마저 한 가지가 아니에요. 꾸미고 여자다워지는 것에 너무 신경을 안써도 왜 그러느냐는 말을 듣고, 너무 꾸미고 치장하고 다니면 좀 적당히 할 수 없냐는 말을 듣죠. 어느 정도까지는 열심히 공부해라, 라는 소리를 듣다가도, 동경대를 노릴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어라고 한다거나. 부모와 친척이 하는 말이 다른 경우도 많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전부 듣고 있다가는 여자애들은 머리가 이상해져버리거든요. 어떡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죠. 그러니 여자애들에 따라 모에 포인트, 한 마디로 억압 포인트가 모두 다른 거에요. 억압 당하는 포인트가 많은 만큼, 여자는 여러가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요.
미우라: 그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요시나가: 여자애가 소위 말해지는 여자로서의 보통 기준을 채운다는건, 실은 남자애들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길이 험난하죠. 적당히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적당히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적당히 좋은 남자를 발견해서, 적당히 좋은 시기에 퇴직하고 애를 낳고...그런다는 게 사실은 엄청나게 어려운 거에요.
미우라: 요즘 시대에는 현모양처라도 그건 그거대로 모자라죠.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없어요. 전업주부와 아이를 부양할 만큼의 벌이가 되는 남자란 요즘은 되려 소수파니까요. 여자들도 나가서 일을 해야하죠.
요시나가: 하지만 직장에서 최고가 되어도 된다는건 또 아니죠. 여자가 톱이 되어선 안돼, 라는 이 부분이 여자애를 교활하게 만든달까, 더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사람으로 만드는 부분이죠. (후략) 


소수자, 사회적 약자일 수록 생각할 기회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길게 돌려서 하심. 

요시나가 후미 여사의 야오이의 정의

그 사람과 여기서만의 수다 ~요시나가 후미 대담집~ 

"제 4장 미우라 시온x요시나가 후미: 야오이는 남자끼리가 아니라도 괜찮아" 

야오이의 정의 (p.153~155)

(전략)

요시나가: "브로크백 마운틴" 을 보고, 저게 야오이라고 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는) 없는 거에요. 그건 정말로 섹스해버렸으니까. 저랑 제 친구들이 말하는 야오이란 건, 섹스를 하지 않은, 한 마디로 연애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보고, 그 사람들 사이에 우정 이상의 특별한 것을 느낀 순간, 그건 야오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거죠. 두 사람의 관계가 성애로 넘어갔을 경우, 그걸 야오이라고 부르진 않아요. 그런 사람들의 관계를 망상해서 창작물 속에 섹스시켜버리는 것도 야오이라고 부르니까, 세상 사람들은 야오이라는 걸 여러가지와 섞어서 혼동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미우라: 전 요시나가 씨가 지금 말쓴하신 전자의 의미로 야오이라는 단어를 쓴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요시나가: 동인지 계에 있으면 그런 사용법은 굉장히 많이 들어요. 자신들이 그 작품의 동인지를 내냐 안내냐는 관계없어요. 책을 내지 않아도, 저 둘은 야오이야! 라던가 그런 식으로 자주 써요. 예를 들면 타카OO 카오루 씨의 소설이라던가.
미우라: 아, 그건 저도 그렇네요. 그러고 보면 그럴 때의 등장인물 두 사람의 관계를 BL이라고는 안하네요.
요시나가: 그쵸, "야오이" 죠.(웃음)

(중략)

미우라: 성별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존재하는 방식이 중요한 거죠.
요시나가: 처음에는 서로에게 반발했지만 점점 좋아졌어, 라는 전개가 아니라 계속 마지막까지 평행선을 달리면서, 가끔 교류가 있다는 부분이 포인트에요.
미우라: 맞아요. 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간관계는 어떤 걸까 생각해보면 테마는 "고독과 연대" 에요.
요시나가: 그거야말로 (웃음) 야오이의 본질이지요.
미우라: 그러니까 남자끼리 붙여놓으면 그게 다가 아닌 거에요.
요시나가: 응, 야오이란 그런게 아니죠. 



Posted by 네야